약, 건강기능식품, 음식… 내게 맞는 궁합은?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약, 건강기능식품, 음식… 내게 맞는 궁합은?

입력 : 2016.05.04 10:49

통합기능의학

대기업 이사인 박모씨는 어느 날 갑자기 회의실에서 쓰러졌다.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가 검사해보니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였다. 몇 년 전부터 혈압강하제를 별 탈없이 복용해오고 있었으며, 그날 아침 포도농축액을 마신것 이외에는 특별한 사항이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음식이 약효를 바꿀 수도 있다

성분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 각 약물이 원래 가지고 있던 약효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을 약물상호작용이라 한다. 이런 작용은 모든 약의 설명서에 자세히 표기되어 있고, 시판 후에도 새롭게 발견되는 이상 징후를 감독기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약물 간의 상호작용 외에 약과 건강보조식품 또는 약과 음식 간의 상호작용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박씨가 복용 중인 고혈압약은 혈압강하제 가운데 ‘디하이드로피리딘’이라는 화학구조를 가진 칼슘길항제이다. 이 약은 소장에서 필요한 양만큼 흡수되고 남은 약은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게 한다. 그런데 포도주스에 함유된 천연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분해되어야 할 성분이 과다 흡수됨으로써 혈압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다. 일시에 과량의 포도주스 섭취로 약물의 효과가 크게 달라진 경우이다. 사실 그동안 박씨는 주치의의 권고로 자몽주스 섭취는 자제해왔으나 포도주스에 대해서는 주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와 반대로 이뇨제 계통의 혈압강하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저칼륨혈증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오렌지, 바나나, 건포도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렇듯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약의 흡수율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면역기능이 저하된 암환자는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건강보조식품은 얼마나 안전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 25개 품목군의 기능성식품을 포함하여 약초나 비타민, 영양제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약과는 달리 천연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조식품의 부작용 때문에 미국 전역의 63개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의 진료기록부를 통해 제품의 특징과 부작용 종류를 조사·분석했다. 연구기간 10년동안 건강기능식품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매년 약 2만3000명이 응급실을 찾았고, 그중 2100명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나이대를 보면, 20~34세 환자가 전체 환자의 28%를 차지하여 가장 많았고, 여성은 전체의 58%로 남성보다 많았다.

건강기능식품의 용도별로 살펴보면, 비타민·칼슘·칼륨보충제 부작용이 전체 응급실 방문자의 3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다이어트와 에너지보충제가 각각 26%와 10%로 나타났다. 환자의 성별과 식품의 용도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여성은 주로 다이어트 목적으로, 남성은 성기능 향상과 근육강화 용도가 많았다.

부작용 증상별로 살펴보면, 빈맥과 가슴통증이 가장 흔했다. 이유는 살빼기와 에너지 보충 용도의 건강기능식품에는 맥박을 빨리 뛰게 하고 혈압을 올리며 심장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제한점은 환자들에게 나타난 각종 부작용이 과연 건강기능식품 자체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함께 먹은 약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인지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환자들은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도 약물상호작용에 비해 약물과 보조식품 또는 음식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부족하다.

아무튼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에 의한 응급실 방문 횟수는 의약품에 비해 적지만 그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건강기능식품도 병원 입원을 요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통념과는 달리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먹는 항암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세기 전부터 몇몇 경구용 항암제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구용 항암표적치료제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400여 개 항암 신약 가운데 약 4분의 1이 경구용으로 알려져 있다.

먹는 약은 주사제처럼 통증이 없고 오랜 투여시간이 필요 없다. 환자들에겐 편리하며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아 삶의 질도 높여준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환자 중 80% 이상이 주사제와 효과만 같다면 경구용 항암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어떤 성분의 약은 주사제보다 경구용으로 투여할 때 효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약물과 약물, 약물과 보조식품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독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먹는 항암제가 주사제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해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의 30%가 약물상호작용에 기인하며 주로 중추신경계와 심장 계통이 손상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항암제와 진통제 또는 수면제를 동시 처방한 경우 부작용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4%가 약물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이 그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어떤 항암제는 공복에 복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유는 음식물에 의해 약의 흡수율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약은 흡수율이 2배에서 17배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는 전신적인 부작용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공복이란 위에 음식물이 없는 경우인데 대개 식사하기 1시간 전이나 식사 후 2시간이 경과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 외에 칼슘 함유 식품이나 고지방 식품 그리고 위의 산도(pH)를 변화시키는 음식 등 약물의 성분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

약물 반응은 개인차가 크다

약과 약, 약과 건강기능식품, 약과 음식 등을 섞어 먹는 예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 상호작용의 영향은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난다. 약효의 개인차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체내에 관련 효소들의 활성도가 낮거나 약물이 작용하는 특정 수용체의 수가 적은 경우, 그리고 면역기능이 불안정한 경우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대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약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성분에 대해 개인차가 있다. 즉 개인별로 효과 달리 나타나지만 부작용에도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효과가 좋았다고 해서 나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무엇이든 섞어 먹는 것은 위험하다.

더군다나 나이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약도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는 젊은이에 비해 약물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대개의 약물은 고령자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가 따로 없어 부작용을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건강 유지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먹는 약과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음식의 궁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 건강식품, 음식 등을 섞어 먹을 때 TIP

1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에 대해 과신하지 않는다.
2 주치의에게 먹고 있는 보조식품에 대해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
3 치료제의 복용방법과 금기사항을 숙지하고 철저하게 준수한다.
4 두 군데 이상에서 처방전을 받았다면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아야 한다.
5 직접 체험해본 적이 없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양식은 몸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6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는다.
7 약은 반드시 물과 함께 먹는다(차, 주스, 탄산음료, 우유 등은 우선 피한다).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암환자를 위한 해연면역학교를 운영하면서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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